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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산에 걸려 넘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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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사미디어 등록일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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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빗방울이 모여 큰 강을 이룬다
최근 충북 충주시에서 무인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가 ‘한 소년의 정직한 행동을 소개해 달라’며 방송사에 CCTV 영상을 보내왔다. 이 무인점포에서는 어린이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유명 캐릭터 카드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 캐릭터 카드는 보통 1상자에 30개씩 들어 있는데 대개 어린이들이 낱개로 구입하기 때문에 상자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아 상자를 통째로 결제할 수 없다. 그런데 영상 속의 어린이는 개봉된 상자에 카드가 전부 몇 개 있는지 세어 본 후 그중 1개를 계산대(키오스크)로 들고 가서 화면을 수십 번 터치했다. 정확하게 서른 번을 눌러 계산을 마친 아이는 계산에 썼던 낱개 제품도 제자리에 돌려놨다. 3년 넘게 무인점포를 운영하며 절도 사건을 수십 번이나 겪었던 점주는 CCTV를 확인하고서 “어쩌면 당연한 행동이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정직하게 계산한 아이의 양심적인 행동이 기특해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뉴스를 보며 ‘당연한 행동, 제대로 된 행동이 감동을 주는 사회가 되어 버린 걸까?’라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들면서도 훈훈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작은 빗방울이 모여 큰 강을 이룬다.”는 말이 있다. 매일의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이처럼 작지만 정직한 행위들이 모여 마치 큰 강과도 같이 한 사람의 인격을 더욱 넓고 고상하며 성숙하게 만들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미 언덕에 걸려 넘어지지!
중국 진나라의 재상이었던 여불위(呂不韋)가 기원전 230년경에 편찬한 책인 『여씨춘추(呂氏春秋)』에 ‘인지정부궐어산(人之情不蹶於山) 이궐어질(而蹶於垤)’이라는 글귀가 있다. 이 글귀는 “사람들은 산에 걸려 넘어지지 않지만 개미 언덕에 걸려 넘어진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사람이 산에 걸려 넘어지는 일은 없지만 작은 개미 언덕에 발부리가 걸려 넘어지는 일은 빈번하지 않은가? 

세상의 큰일은 대개 작은 일을 소홀히 함으로써 일어난다. 지난봄,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과 경상남도 합천에서 발생한 산불은 어떤 운전자가 작은 담배꽁초를 차창 밖으로 던진 것이 화재의 원인이 되어 순식간에 불이 산으로 옮겨붙어 임야와 주택이 불에 타 막대한 피해를 입혔고 이로 인해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별것 아닌 일일 거라 생각했던 사소한 부주의가 큰 재앙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작은 일이라고 무시하거나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 중용 23장에는 작은 일을 가벼이 다뤄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바꿀 수 없는 가치, 정직
몇 해 전, 스페인 북동쪽 부를라다(Burlada)에서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 경기가 열렸다. 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케냐의 아벨 무타이 선수가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 뒤를 이어 스페인의 이반 페르난데스가 2등으로 달리고 있었다. 골인 지점을 불과 10m 앞두고 케냐의 무타이 선수가 갑자기 속도를 줄였다. 우리가 아는 대로 크로스컨트리 경기는 숲이나 들판 등 야외를 달리는 종목이다. 그래서 공식 경기장이 없고 간혹 결승점이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다른 종목과는 달리 결승점을 잘 알아 두어야 한다. 그런데 1등으로 달리던 무타이 선수가 표시를 잘못 보고 자신이 결승점을 통과한 것으로 착각해 멈춰 선 것이다.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관중들은 그에게 “조금 더 달려야 한다.”고 소리쳤지만 스페인어를 모르는 무타이는 이를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2위로 뒤따라 달리던 페르난데스 선수도 속도를 줄이던 무타이 선수에게 “계속 달리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무타이 선수가 여전히 이를 알아듣지 못하자 그는 손짓으로 결승점을 가리키며 그가 계속 달릴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결국 무타이 선수가 1위로, 페르난데스 선수는 2위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이 경기를 본 사람들은 상대방 선수를 도운 페르난데스의 행동에 경의를 표했고, 그가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보여 주었다고 평가했다. 대회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무타이 선수에게 결승점을 알려 주지 않고 달렸더라면 당신이 1등을 할 수도 있었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에 그는 “그가 이기고 있었을 뿐입니다. 설령 내가 그렇게 그를 앞질러 우승을 했다고 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렇게 얻은 메달의 영예가 무엇이겠습니까? 또 나의 어머니가 이를 두고 뭐라고 생각하시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이 세상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상대의 약점이나 단점을 이용해 경쟁에서 이기려고 안간힘을 쓴다. 사실 나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친구나 동호인들과 테니스 경기를 한다. 무슨 상금이 걸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녁 내기 시합을 하는 것도 아니며 그저 건강을 위해 취미 삼아 경기하는데도 종종 승부욕이 발동해 그 시합에서 지기 싫어한다. 하지만 오직 1등을 하기 위해 피나는 훈련을 해 온 선수가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서 어떻게 그 좋은 기회를 마다하고 앞선 선수에게 양보할 수 있었을까? 그의 이런 정직한 행동이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일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금메달을 목에 거는 표면적 가치 위에 <정직>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그보다 위에 두었고, 그의 평생 동안 이를 추구해 오지 않았을까?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고
지극히 작은 것에 불의한 자는 
큰 것에도 불의하니라”
(누가복음 16장 10절)


​박재만​ 시조사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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